흑백무성영화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연출한 로시니의 성경 오페라
구약에서 소재를 취한 2막의 성경 오페라 <바빌로니아의 치로>는 로시니가 20세 되던 해인 1812년 3월 페라라의 테아트로 코무날레에서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구약 다니엘서 5장에 나오는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지배자 발다사레(벨사살)의 최후가 이 오페라의 주된 모티프가 되며, 페르시아의 왕 치로(고레스 또는 키루스)가 그에 맞서는 선한 주인공으로서 이 오페라를 이끌어나간다. 로시니의 오페라 중에서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하는 비인기작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2012년 8월 페사로의 로시니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던 다비데 리베르모레의 독특한 프로덕션은 20세기 초반의 흑백무성영화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연출을 통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보다 흥미롭게 이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로시니 스페셜리스트인 에바 포들리스가 위엄 넘치는 가창과 연기로 타이틀 롤을 열연하였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두 성악가인 제시카 프랫과 마이클 스파이어즈가 각각 아미라와 발다사레로 자신들의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였다.

[보조자료]
- <바빌로니아의 치로, 또는 발다사레의 몰락>(Ciro in Babilonia, ossia La caduta di Baldassare)은 로시니가 완성한 두 편의 사순절(Lent) 오페라 중 하나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오페라극장은 사순절 기간 동안 문을 닫든가, 성경을 소재로 한 작품을 공연하든가 해야 했다. 로시니는 사순절을 위한 오페라를 두 편 완성하였는데, 다른 한 작품은 1818년에 나폴리에서 초연되었던 <이집트의 모세>(Mose in Egitto)다. 오페라는 구약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지배자 발다사레(개역개정 성경의 벨사살)의 최후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BC 539년 바빌로니아는 페르시아의 왕 치로(개역개정 성경의 고레스)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게 된다. 프란체스코 아벤티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와 관련된 리브레토를 완성하였다.

- 페르시아의 왕 치로(고레스 또는 키루스)는 바빌론에서 포로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에게 자유를 주었고, 예루살렘의 성전 건축을 허락하는 등의 선정으로 구약에 등장하는 이방 군주들 중에서는 예외적으로 호의적인 캐릭터로 묘사된 인물이다. 본 오페라에서도 치로는 선한 주인공으로서 악역인 발다사레와 일전을 벌인다. 치로의 군대는 바빌로니아의 수도를 포위한 채로 발다사레의 군대와 일전을 치루는 중이다. 그 와중에 치로의 아내인 아미라와 아들이 발다사레의 포로가 되고 만다. 발다사레는 아미라의 미모에 반하여 그녀를 아내로 삼길 원한다. 한편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치로는 발다사레의 궁성으로 잠입하지만, 그의 대담한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그 또한 포로가 되고 만다. 치로가 공개처형을 당하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