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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OPUS ARTE

[BD]VERDI: FALSTAFF

앨범번호 : OABD7053
바코드 : 809478070535
발매일 : 2010-03-09
장르 : 클래식

베르디는 신중하고 인생의 비극적인 면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마지막 작품을 희가극으로 장식했다니! 그런데 이 희가극은 덜 웃기고, 예상외의 반전도 없이 그저 80세의 노인이, 그것도 권력의 덧없음과 사랑의 비극을 평생토록 그려온 작곡가가, 아무런 속박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의지로 인간사를 바라보는 경지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최고의 희가극인데도 그 무게감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의 최신 "팔스타프"는 대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부담을 벗어던졌다. 찰스 왕세자의 초상화가 상징하듯이 배경을 현대로 바꾸었으며, 색채감 넘치는 무대와 재기발랄한 의상이 판치는 분위기 속에서 마치 요즘 TV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온갖 모순을 생생하게 풍자하는 고급 코미디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아온 "팔스타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글라인드본을 이끄는 최고의 스타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가 지휘를 맡고 있으며 희가극에서 한층 더 중요한 앙상블의 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출연자들이 감칠맛 나는 하모니를 선사한다. 2009년 6월 실황.

○ 베르디는 곧잘 비교대상이 되는 바그너와 달리 극장, 청중과 타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맥베스에서 혁신을 선보였지만 그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을 보자 인기 3부작인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대중성을 무기로 파고들었다. 다음엔 "시몬 보카네그라"로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나 연극적이고 인물 묘사가 강조된 오페라를 써 보았는데 역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자 "운명의 힘", "가면무도회"에서는 희극적 감초를 집어넣음으로써 청중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돈 카를로스"나 "아이다"같이 최고의 휴먼 드라마에 쓸데없이(?) 화려한 장면을 삽입한 것도 베르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기보다는 청중과 타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베르디가 완전히 자유로워 진 것은 마지막 두 작품뿐이었다. 이때는 그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이탈리아 반도에 몇 명 남아있지 않을 나이였고 감히 비판할 사람도 없어졌다. 

그러자 비로소 자신이 악보로 그려내고 싶었던 것들, "오텔로"에서는 조금의 화려함도 없이 묵직하게 숨통을 조여 가는 심리극을, "팔스타프"에서는 희극이라는 것이 그저 폭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등등의 무미함을 알려주는 것뿐이라고 설파하기에 이른 것이다. 줄거리도 마치 사람 사는 것이 겨우 이런 식에 불과할 뿐인데 그걸 알고 있느냐 하고 묻는 것 같다. 

또한 어리석은 팔스타프에게는 '악의 없음'을 선물하여 마치 베르디 자신이 팔스타프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것이 "팔스타프"가 최고의 희극일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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