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배경으로 한 모차르트의 징슈필 '후궁으로부터의 유괴'는 작곡가가 26세 되던 해인 1782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당시 유행하던 터키풍의 흥겨운 선율과 초연 당시 요제프 2세가 음표가 너무 많다고 투덜대었을 정도로 콜로라투라의 극치를 보여주는 화려한 아리아들로 가득한 매력만점의 작품이다. 연출가 요한 지몬스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를 배경으로 젤림과 벨몬테 사이에서 갈등하는 콘스탄체의 심리묘사에 역점을 두었다. 네덜란드의 명배우 스테벤 판 바테르묄렌가 열연한 바사 젤림 외에도 다섯 주역 가수들의 빼어난 연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 현존 최고의 오스민 쿠르트 라이들은 명불허전의 관록의 연기를 보여주며,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주역 가수로 명성을 얻었던 미국 소프라노 로라 애이킨과 유럽 정상급 오페라하우스들에서 모차르트 테너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테너 에드가라스 몬트비다스가 남녀 주인공을 빼어나게 노래하였다. 블론데의 적역과도 같은 독일 소프라노 모이카 데르드만의 발랄한 미모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