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딘 쿼텟은 러시아 실내악의 전설적인 이름이다. 수차의 멤버 교체는 겪었지만, 6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들의 유구한 전통은 부단히 계승되어왔다. 1945년 로스티슬라프 두빈스키, 블라디미르 라베이, 루돌프 바르샤이, 발렌틴 베를린스키, 4명의 연주자가 모스크바 필하모닉 쿼텟이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했으며, 1955년 결성 10주년을 맞아 보로딘 쿼텟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하였다. 건강이나 망명 등의 이유로 첼리스트 베를린스키를 제외한 다른 오리지널 멤버들은 모두 다른 연주자들로 교체되었고, 70년대 중반에는 미하일 코펠만, 안드레이 아브라멘코프, 드미트리 세발린, 그리고 베를린스키의 안정된 진용으로 제2의 황금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이 진용은 1995년까지 유지되었고, 이들에 의해 보로딘 쿼텟을 세계최고의 현악사중주단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2007년 베를린스키가 은퇴하면서 오리지널 멤버는 모두 사라졌지만, 이들의 전통은 안드레이 아브라멘코프에 의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승되고 있다. 본 영상은 황금기 멤버들이 활동하던 시절인 1987년 10월 런던의 헨리우드홀에서 있었던 공연을 수록한 것이다. 레퍼토리가 대단히 알차다.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2번과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3,8번이 함께 수록된 것.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로 더욱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1번과 루돌프 바르샤이가 실내교향곡으로 편곡함으로써 유명세가 더해진 쇼스타코비치의 8번은 보로딘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레퍼토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