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란 암스트롱은 몬타나에서 태어난 미국 소프라노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뉴욕 시티 오페라에서 활동했지만 대스타는 아니었다. 그러나 로테 레만을 사사한 지적인 가수였기에 유럽에서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과감히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 1975년 스트라스부르에서 공연한 <살로메>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목소리도 점점 더 여물어갔다. 드디어 1979년에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하여 <로엔그린>의 엘자를 노래했는데 당시 연출자가 바그너 오페라로 유명한 동독 출신의 괴츠 프리드리히였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11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본 영상물은 이들을 맺어 준 바로 그 프로덕션이며 1982년 바이로이트의 리바이벌된 실황이다. 프리드리히의 연출은 엄숙하고도 시각 효과가 뛰어난 무대, 독일적 뉘앙스를 물씬 살린 극적 진행이 돋보인다. 성배의 기사 로엔그린을 부른 페터 호프만은 일급 육상선수 출신인데 잘 생긴 외모와 영웅적인 가창력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헬덴 테너다. 악당 텔라문트를 부른 레이프 로아르의 뛰어난 가창과 성격묘사도 일품이며, 볼데마르 넬슨이 지휘한 오케스트라는 바이로이트 가극장의 깊은 사운드를 잘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