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소위 ‘나폴리 오페라’가 전유럽을 휩쓸던 18세기 중반까지 유일하게 독자적인 오페라를 고집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부르봉 왕가가 다스린 프랑스 궁정이다. 왕실이 직접 오페라와 발레를 관장하면서 프랑스적인 공연양식을 지켜냈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장 필립 라모다. 바흐, 헨델과 동시대인이었던 그의 오페라는 가수들의 오페라였던 나폴리 오페라에 비해서 지극히 장중하며 선율적인 우아함을 특징으로 한다.
라모의 대표작 <카스토르와 폴뤽스>는 서정 비극이란 장르로 불리지만 해피엔딩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쌍둥이 별자리의 유래를 다루고 있는데, 신화에서는 두 형제가 쌍둥이인 반면 오페라에서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로 나온다. 여기에 두 형제가 모두 사랑하는 텔라이르라는 연인이 등장한다. 본 영상물은 2008년 1월 네덜란드 오페라 최신 실황이다. 이미 라모의 <조로아스터>에서 손발을 맞추었던 연출가 피에르 아우디와 지휘자 크리스토프 루세가 다시 결합했다. 미니멀리즘의 아름다운 무대와 고아한 의상은 루세가 리드하는 고품격 음악의 호흡과 완벽하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