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호상 무대에 구촉된 거대한 핏빛 조형물

잘츠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브레겐츠는 배년 여름 호수 위의 무대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페스티벌로 명성이 높다.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라 마이크를 사용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호반 무대의 원조요, 빈 필의 라이벌인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는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2006년에는 축제 60주년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페라 연출가인 로버트 카슨을 초대하여 큰스케일의 <일 트로바토레>를 꾸며냈다. 원작의 배경을 재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카슨은 이 오페라의 무대를 현대의 거대한 정유공장으로 설정했다. 무대 전체를 압도하는 붉은 핏빛의 거대한 조형물은 이 오페라의 투쟁성과 섬뜩한 결말을 예고하며 등장인물의 위상도 재설계되었따. 즉 루나백작은 이 정유공장을 운영하는 못된 자본가요, 만리코는 공장에서 쫓겨난 종업원들로 구성된 유격대의 우두머리로서 루나백작과 겨루는 것이다. 한창 떠오르는 미국의 드라마틱 테너 칼 태너(만리코), 그루지아 출신의 스타 소프라노 이나노 타마르(레오노라), 유고 출신의 바리콘 젤리코 루치니(루나 백작)등은 이 오페라의 큰 스케일과 육중한 무대에 어울리는 극적인 가창을 펼친다. 배경을 이루는 아름다운 호수는 행복한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