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고전비극 스타일로 새롭게 태어난 나비부인

<나비부인>은 미국 장교에게 버림받고 목숨을 끊는 기생 출신의 일본 여인에 대한 오페라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꺼내기 싫은 이야기이면서도 서양인들에게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어서 긍정적 효과가 컸다. 반면 우리가 좋아하기에도 부담스런 오페라였다. 기모노를 입은 일본 사람이 주인공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일본풍의 선율도 일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암스테르담에서 공연된 이 네덜란드 오페라 실황은 그런 부담을 덜었다. 로버트 윌슨의 연출이 그리스 고전 비극 스타일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물론 윌슨이 이런 착상을 한 것은 일본의 고전극과 고대 그리스 비극 간에 일정한 스타일의 공유가 있다고 본 때문 간결한 무대와 조명의 색조, 등장인물들의 절제된 동선과 제스처에서 실제로 그런 면이 발견된다.

타이틀롤을 맡은 셰릴 베이커를 비롯하여 모든 출연진이 연출자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면서 정갈한 노래를 불려주며 거장 에도 데 마르트의 지휘는 지극히 세련되고 완벽하다.